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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에서는

한국과의 무승부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 러시아 현지 반응

한국과 러시아 간 월드컵 H조 예선 첫 경기가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번 첫 경기의 무승부는 양국 국민들은 공히 첫 승 상대로 상대방을 지목했지만 둘다 목적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사실 경기 전 러시아인의 관심은 한국과의 첫 경기가 아닌 그 이후에 있었다. 러시아 언론들이 진행한 월드컵 설문조사를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매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설문에 참여한 러시아인의 1/4이 러시아가 결승에 올라갈거라 답변했다. 또한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답변한 수치는 절반 이상을 넘었었다. 경기 전날인 17일에 가장 많이 양산되던 기사는 러시아 모 동물원의 점쟁이 까마귀(점쟁이 문어와 같은)가 첫 경기 러시아의 승리를 예언했다는 것이었고(물론 틀렸다). 이는 객관적인 수치라기 보다는 러시아인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치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러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해체이후 월드컵에서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멤버구성이 가장 좋았던 유로 2008 주력 멤버 중 남아있는 선수는 한 명 밖에 없지만 피파 순위 19위(한국은 57위, 6월 5일 기준)가 말해주듯이 조직력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조 벨기에(피파랭킹 11위)는 어렵다고 해도 한국이나 알제리(22위)는 해볼만 하다는 것이 러시아 축구관계자와 언론의 평가였다. 하지만 이번 무승부로 인해 한국, 알제리와 조 2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게 됬다.

‘러시아, 한국과의 무승부로 월드컵을 시작하다’ / 스포츠익스프레스

대다수 양국 국민에서 이번 경기결과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겠지만, 무승부로 인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들도 있다. 바로 러시아 주재원과 교민들이다. 일부 러시아 주재 교민들은 이번 경기를 지켜보며 다소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러시아  주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공영욱 씨는 ‘마음으로는 한국 국가대표의 승리를 기대하지만, 승리 이후 여파가 내심 걸린다. 이는 주변 주재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이야기 했다. 유학생 최은진 양도 ‘솔직하게 말해 비겼으면 좋겠다. 이긴 뒤 조심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 것이 꺼림직 하다. 과거 2002년 러-일 전 이후 보여준 러시아 축구팬들의 극렬한 반응이 어제와 같이 기억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인들의 축구사랑과 더불어 일부 극우성향 청년들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축구는 국민스포츠의 반열에 있는 인기 스포츠다. 프로리그의 저변이 넓고, 러시아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지역팀을 응원하며 여가생활을 즐긴다. 축구팬들의 대다수가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그 사이사이 민족주의와 인종편견을 가진 극우성향 청년들이 역시 상당수 섞여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들의 인종편견은 유명하다. 더불어 경기 결과 여하에 따라 홈팬과 원정 응원팀 팬들끼리의 폭력사태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축구장 열혈팬과 관련된 특별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케르자코프, '한국 상대 무승부,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케르자코프,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하지 않고 월드컵을 시작한 것에 만족한다’ / rsport

경기이후 러시아 언론 및 러시아 축구팬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경기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후반 20분 운이 작용한 골을 허용했지만, 6분 뒤 역시나 다소 운이 개입된 골로 만회된 것에 내심 안도하는 모양새다.

선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기 동점골 포함 A매치 26골을 기록중인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러시아 FW)는 경기 이후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상대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하지 않고 월드컵 첫 경기를 마친것에 만족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근호에게 골을 허용한 골키퍼 아킨페프는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축구팬과 선수들)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 실수다.’고 자책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 준) 케르자코프와 실수이후에도 격려해준 코치진에게 감사한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한국과의 경기에서 우리팀이 이길 기회가 있었다. 그것을 못살린 부분이 아쉽다. 우리팀은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전반에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지만, 후반에는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카펠로 감독은 아킨페프의 실수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를 감싸는 모습이었다.  ‘모든 콜키퍼가 실수를 한다. 그는 여전히 최고의 골키퍼다. (아킨페프가) 현재 도핑테스트를 받고 있기에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를 탓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ИТАР ТАСС  Спорт   Кержаков спас сборную России от поражения

케르자코프 패배에서 러시아를 구하다 / 이타르타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벨기에와 선전을 치른 알제리와 예선 두 번째 경기를 펼치며, 러시아 역시 같은날 A조 최강이라 불리우는 벨기에와 2차전을 치른다.